6월에 /호당. 2021.6.11
밤나무 밑에 들면
6월의 향기가 물씬 난다
짙은 향에 취하다 보면
몽롱하다가
문득 떠나간
애인의 얼굴이 다가온다
결혼 대잔치인 듯 벌들이
마음껏 배를 불리고 즐긴다
배고픈 것보다 더한 설음은 없지
보리는 익어 탱탱하고
감자는 검푸른 가슴 내밀며
내 안의 정기는 영글어진다고
자랑한다
6월 땀 뻘뻘 흘릴수록
내 안의 실속은 익어
누구도 훔쳐 가지 못한 속살
태양이 내게 가까울수록
내 안을 다져가는 6월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