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호당/2021.7.25
느긋한 일요일을 맞아
햇살이 꽁무니를 찌를 때까지
그제야 하품하며 푸시시 일어난다
항상 쫓기듯 일하다가
한 번쯤 느긋한 맛을 봐야
생기도 되찾을 수 있다
무위고에 단련된 나
일요일이라고 변고는 없다
아리따운 아가씨 치맛자락 붙들고
노닥거리는 재미는 무위고를
싹 매워진다
은유의 껍질을 벗기고 들어가면
상징이란 병정이 떡 버텨 막아선다
나 이런 사람이요 큰소리 뻥치면
슬며시 비켜준다
코로나 정국에서 몇 가지 통과의례를
치르고 아가씨 방으로 가면 일제히
깔깔거리며 반긴다
슬쩍슬쩍 눈 맞추고 손으로 스치기만 해도
나를 안아달라고 앙탈한다
좋아
와락 끌어안고
책장 넘기듯 입술 넘기면
그제야 내 속에서 정기가 솟는다
바로 이 재미로
이곳은 나의 친구가 모인 곳
책의 나라 꽃밭에서 물주고 향기 얻고
아랫도리에서 불끈 솟는 죽순 하나
이것 요리하면 그럴듯한 시어가 된다
이 재미로 거의 매일 찾는다
|
'자작글-021'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픈 돌 (0) | 2021.07.27 |
---|---|
쇠고기 (0) | 2021.07.26 |
광기의 바람 (0) | 2021.07.25 |
빨리빨리는 우리 습성 (0) | 2021.07.24 |
강물이 우리를 갈라 놓았다 (0) | 2021.07.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