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변신/인보/ 2022.10.26
농경시대 남자의 존재는 하늘
그 아래 땅은 하늘만 바라보던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대
아버지의 호령이
산천초목이 떤다
이파리 하나 팔랑거렸다간
싸늘한 서릿발이 내린다
오늘따라 아버지를 재발견한다
홍시 냄새 짙고 담뱃대 앞뒤
휘젓던 것이 궤도를 이탈하고
두루마기 소매 속에 과자 한 봉지
어머니는 옷을 받아 걸고
과자는 내게 몰래 밀었다
이걸 눈치채지 못한 아버지는
곯아떨어지자 햇살이
말끔히 씻어 낸다
과자 봉지 어디 있지
어머니의 반격은 가히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었다
자다가 봉창을 두드린다고
톤이 높아지자
아무 말 하지 않은 아버지
그 하늘 같은 위세가 땅에 납작
처음 본 아버지의 변신에
내가 먹은 과자는 안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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