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가의 시집/인보/ 2023.3.14
서재는 시집만 있고
간혹 시 창작법 책자가
드문드문 양념으로 섞여 있다
그중 잘난 아가씨
애교 띤 얼굴만 머리맡에
쌓아 놓으면
그들 스스로 시의 영감을
다투듯 쏟아낸다
아무리 애교떨어 봐라
마음 가는 곳은 한두 곳이다
뽑힌 아가씨 책갈피 들추듯
넘기다가 눈으로 입술로 감상
때로는 *데상 Dessin 을 하면
속까지 드러내 보이려 한다
내 쾌락은 궁녀를
읽어 내는 데 있다
오늘 밤 지밀상궁의 추천도
물리치고
가장 예리한 문장을 소유한
시녀를 훑어 나가면
시의 혼을 쏟아 낼 듯한
교태를 한다
희롱이라 오해 말라
너희 속까지 훤히 음미하면
영감 하나 솟아 시어를
줄줄이 잇는다
*dessin:불어; 형태와 명암을 위주로
단색으로 그린 그림(소묘 素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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