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갈이 /인보/ 2023.5.4
깊이 잠들었던 흙이
밖으로 나오며 하품한다
시원한 바람과 눈부신 햇살 받아
온몸을 생동한다
깊이 숨었던
땅강아지 지렁이들이 놀란다
햇볕을 싫었던 가봐
급히 땅 뚫고 들어간다
내게 오래 머문 것들이
곰팡이 슬고 좀 벌레가 기생한다
툭툭 털고 버릴 것은 버리고
거풍한다
햇볕 받아 생동하는 듯하다
걸음 종이에 올려 여과시킨다
순수 이전으로 돌아간 듯 산뜻하다
밭갈이는 흙의 뒤바뀜이다
겉흙과 속흙이 고대하면서
한 해의 노고를 위로하는 듯
새 기분이다
가끔 내 신변도 밭갈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