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4

가로등

인보 2024. 3. 31. 10:43
 

가로등 호당2024.3.31

오지마을까지 전선이 깔릴 때
거의 맨 나중에 내 고향도
전봇대가 우뚝우뚝 섰지

호롱불이 줄행랑치자 
가로등이 마을을 지키고 
개 짖는 소리가 좁을 골을
가득 채울 때도 있었다

나는 벌써 꼬부랑길 걸어
낯선 마을에 닿을 때마다 
신고하듯 굽실거리고 
어떤 때는 텃새 바람에 
가로등에 태질 당할 뻔 
할 때도 있었다

지금 가로등에 인사 안 해도 되자
꼬부랑길처럼 모진 가로등 빛이
뼛속까지 비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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