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4

국화 화분

인보 2024. 12. 26. 16:28

국화 화분 /호당/  2024.12.26

우리 아파트 입구엔
짓노란 치마저고리 입은
고상한 여인
대형 화분에서 국화가
방긋거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멈춘다

봄날 승용차가 
뒤에서 빵빵빵
놀라지 않았다
여름날 수영복 차림 
아가씨가
내 앞을 활보해도 
그러려니 넘겼다

가을이 짙어 
은행이 보도에 뒹굴다
밟혀 터진들 무심했던 
내가 
추위에도 끄떡없는
그 여인의 매력에 끌려 
멈추고 꼿꼿한 절개에
감탄한다

마음이 늙지 않았다는 표정이
지나치면 추하게 비칠 수 있다
낙엽을 밟는 기분으로 
더 이상 마음 들어내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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