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 箱子/호당/ 2025.3.14 그녀와 싸우고 돌아온 날 밤 금슬 좋든 앵무새가 토라져 울을 터뜨린다 뭐야 앵무새도 싸울 때가 있나 인간 세상 아니 연애하는 연인 매일 맑을 수 있나 비 오다 눈 오다 바람 불다 개다 한다 이게 사는 일이다 그가 상자를 보내왔다 겉모습을 보면 그냥 평범한 낯빛 그녀가 그리워진다 상자를 헐고 보니 또 상자가 보인다 이건 내가 모르는 그녀의 속마음인가 온갖 생각이 든다 속 상자의 겉은 아무 글자가 없다 제발 헤어지자는 말이나 암시만 없으면 돼 망설일 일 아니다 가부간 결말이 있을 듯한 예감 머뭇머뭇 흔들어 보나 아무 소리 없다 불길이라면 일찍 겪는 것보다 내일로 미루는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