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5

상자 箱子

호당의 작품들 2025. 3. 15. 16:26

상자 箱子/호당/  2025.3.14

그녀와 싸우고 돌아온 날 밤
금슬 좋든 앵무새가 토라져
울을 터뜨린다
뭐야
앵무새도 싸울 때가 있나

인간 세상 아니 연애하는 연인
매일 맑을 수 있나
비 오다 눈 오다 바람 불다 
개다 한다
이게 사는 일이다

그가 상자를 보내왔다
겉모습을 보면 그냥 
평범한 낯빛
그녀가 그리워진다

상자를 헐고 보니 
또 상자가 보인다
이건 내가 모르는 
그녀의 속마음인가
온갖 생각이 든다
속 상자의 겉은 아무 글자가 없다
제발 헤어지자는 말이나 암시만 
없으면 돼

망설일 일 아니다
가부간 결말이 있을 듯한 예감

머뭇머뭇 흔들어 보나 
아무 소리 없다
불길이라면 일찍 겪는 것보다
내일로 미루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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