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 27

일요일 오후

일요일 오후 /호당/ 2024.4.28잔인한 4월 마지막 일요일섭씨 30도의 화독이다날씨에 걸맞은 몸짓이내 눈을 번득거리게 한다느릅나무는 막 잎을 펼쳐연두색 사랑을 떨친다옆 느티나무는 사춘기 지나아쉬워 짙푸르게 뿌루퉁하다중년의 치마싹둑싹둑 기어올라 입 벙긋거리는 꼴 보소반라의 몸짓은 실루엣이 되어 보인다그늘은 본척만척 열기를 뚫고자전거, 킥보드, 축구공이 뛴다귀여움만 두른 아이들의 몸짓에취한 일요일 오후

자작글-024 2024.04.29

올해만

올해만 /호당/2024.4.28내가 좋아 한일어언 한 묶음하고 넘는다긴 여름 해는 서산 꼭대기에 걸쳐있다버들눈은 때가 돌아오면 절로 눈 떠 자라는데늙은 치마에 눈 틔우려모음 자음을 꿰어 목걸이처럼 걸어주면다음날 잊어버리고 빈 몸으로 온다내 치아는 군데군데 빠져헛김이 샌다눈은 틔웠으나 눈 굴리는 방법이 어렵군머리가 굳었다는 변명이 답답하다내 풍선이 터질 것 같아그래도올해만 더, 더 하고 버텨본다

자작글-024 2024.04.28

목욕탕에서

목욕탕에서/호당/ 2024.4.26아침마다 목욕 수건으로 대충대충허물은 그대로 악착같이 붙어 있고내 옷으로 가려준다거의 한 달 동안 미련을 쌓고때로는 빡빡미련이 흘린들 또 미련을 쓴다온갖 허방에 허물은 고여 굳고그래도 오늘만 오늘만 미룬다생각하나 흐릿해진다덤벙수궁에서 용녀가 뽀글뽀글 둥근 말이온몸을 감싸자 허물은 사라진다용녀와 포옹하자 마음의 때가 씻어진다몸무게 더 가벼워져 초심으로 나온다

자작글-024 2024.04.27

연두색 감정

연두색 감정/호당/ 2024.4.25얼음장 같은 속에서 떨며 자라오다 드디어연두의 아침이 밝아온다나는 성급하게 누덕누덕 입은 옷을 벗어던지고밖을 쏘다녔지만 속으로는 추위를 느낀다해님이 나의 모습이 안쓰러워화사한 낯빛으로 대해주어마음속엔 연두색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그런데 연두색 친구들과 쏘다니며정분을 쏘아 올렸다문득 이것 모두 쏘아 올리면어떤 변화가 올지 걱정한다마음속엔 연두색 감정이조금 남아있고 빈자리에 진한 녹색이 차지하고주인 행세한다아니다내 자리를 모두 잃을 수 없지천천히 그리고 있는 듯 없는 듯펼쳐내자우리의 계절은 연두색이니까자꾸 두려움이 다가온다

자작글-024 2024.04.25

한 턱 쏜다

한 턱 쏜다/호당/ 2024.4.24그는 한 턱 쏜다는 전화 3번손자가 대신 변론하는 잽싼 입놀림에 합격했으니까이 시간만큼 그는 축하받고주인공이 되어 으쓱한 상좌에 앉는다최고급 다 한 잔 턱을 넘고주인 미도에 쏜다는 말영문도 모르고 기계적으로기쁨의 음향을 뿌린다밑뿌리를 들추어 주었다어깨 으쓱서열 1위주인공축하한다는 어구 하나로 한 턱 문지방 넘어 베짱이는 배 터지게 갉아 치운다

자작글-024 2024.04.25

이팝나무꽃 아래서

이팝나무꽃 아래서 /인보/ 2024.4.23누구의 며느리가 될열여섯 순정이 눈망울 굴리고 있다때 묻지 않은 동정 童貞분명히 아름다운 얼굴아름다운 마음이 서로 맞대 재잘댄다지상에 사뿐히 내려앉은 꽃은숙성한 게지사춘기를 통과하는 중하얀 속살이 아름답다모여드는 벌 떼들 분명너희 속살은 꿀단지겠지대지 위 낱말들이순결한 이팝나무꽃같이맑은 숨 쉰다면 한층 아름다워지겠지

자작글-024 2024.04.24

자화상-2

자화상=2/호당/ 2024.4.5 한 사나이가 거대한 거울 앞에 서서 히쭉거리자 난데없는 배경이 나타납니다 바짝 마른 무시래기 바람에 일렁거리자 독수리 까마귀 까치들이 시래기를 향해 머리를 박습니다 시래기 부스러기가 날려가는 것 뱅뱅 돌다 사뿐히 내려앉습니다 바람이 사라지자 배경도 없어지고 못난 얼굴에 검버섯이 더덕더덕 질긴 목숨이 판박이로 인화되고 있습니다

자작글-024 2024.04.24

나는 택배원 하루살이

나는 택배원 하루살이/호당/ 2024.4.19 하루살이는 하루가 충만하게 살고 떠나는 하루살이다 나는 하루살이만도 못한 하루의 여백은 항상 가족에 미안하고 아내의 구시렁거릴 여백을 갖는다 새가 날아간 자리는 똥오줌 비늘이 남아있다 내가 솟대가 되어 망을 보고 있지만 귀청의 울림에 쏜살같이 날아가는 한 마리 새가 된다 그 뒷자리는 공허만 남고 독수리는 허공을 한 바퀴 돌면 지상을 가늠하는데 나 택배는 한 곳을 도착하면 마음 내리고 끝 다음을 예약하고 싶을 여운을 심지 않고 뒷자리는 맑다 독수리는 공중에서 지상을 읽어낸다 솟대는 사방을 주시하다 실패 같은 교신으로 한곳에 마음 부려놓는다 새가 머문 자리 흔적 남기지 않는 것처럼 역전의 식당 일회성 손님 대충대충 미련을 두지 않는다 내 택배가 제비가 되지 말고..

자작글-024 2024.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