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호 당 2008.11.2
머릿속엔 붉은 꽃 웃음을
가득 그리고 있을 뿐
조금이라도 빨리 다가가고 싶었다
눈 내린 오후의 햇살은 엷기만 하지만
두껍게 내린 눈을 꼭꼭 다져 덮은
도로 위로 제각기 다른 생각을 싣고
조심스레 구르고 있었다
나
일주일 동안
쌓아 둔 마음을 싣고
초보의 눈길을 운전해 가야만
그대 앞에 내려놓을 수 있었다
예리한 생각에 방심은
금물임을 외며
고갯길 거쳐
정상 휴게소에서는 제법
안도의 콧노래가 나올 정도였다
풋내기인 나
새파란 칼날도
쇠붙이를 만나면 무디어지고
아무리 빈틈 내지 않으려 해도
모르면 당할 재주 없다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반사적으로
제동의 발 닿는 순간
획 돌아버려 속수무책으로 당황할 때
붉은 웃음꽃은 사라지고
캄캄한 허공 속으로 까마귀 날아가다가
행운의 여신이 내린
정수리를 맞고서야 되돌아왔을 때
낭떠러지를 지키는
가드레인이 양팔 벌리고
감싸주고 있었다
준비성 없이 덤빈 나에게
준엄한 교훈 실어 준 눈길이
하얗게 반짝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