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8

눈길

인보 2008. 11. 2. 18:10

      눈길 호 당 2008.11.2 머릿속엔 붉은 꽃 웃음을 가득 그리고 있을 뿐 조금이라도 빨리 다가가고 싶었다 눈 내린 오후의 햇살은 엷기만 하지만 두껍게 내린 눈을 꼭꼭 다져 덮은 도로 위로 제각기 다른 생각을 싣고 조심스레 구르고 있었다 나 일주일 동안 쌓아 둔 마음을 싣고 초보의 눈길을 운전해 가야만 그대 앞에 내려놓을 수 있었다 예리한 생각에 방심은 금물임을 외며 고갯길 거쳐 정상 휴게소에서는 제법 안도의 콧노래가 나올 정도였다 풋내기인 나 새파란 칼날도 쇠붙이를 만나면 무디어지고 아무리 빈틈 내지 않으려 해도 모르면 당할 재주 없다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반사적으로 제동의 발 닿는 순간 획 돌아버려 속수무책으로 당황할 때 붉은 웃음꽃은 사라지고 캄캄한 허공 속으로 까마귀 날아가다가 행운의 여신이 내린 정수리를 맞고서야 되돌아왔을 때 낭떠러지를 지키는 가드레인이 양팔 벌리고 감싸주고 있었다 준비성 없이 덤빈 나에게 준엄한 교훈 실어 준 눈길이 하얗게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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