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캡슐 한 폭
호 당 2009.9.11
구름 모자를 쓰고
선사시대의 골짜기를 헤매다
*대곡천에 이르렀을 때
선사인先史人의 발자취에
숨결이 고여 있는 것을 보았다
금단의 강물이 흐르는 피안에서
저쪽 세계를 건너보니
아랫도리만 겨우 가리고 벌거벗은
선사인의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알 수 없는 말씨에 어리둥절했으나
슬라이드의 한 장면 속에서
꿈속을 헤엄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릴 적
내가 대장이 되어 조무래기를 데리고
사냥놀이를 하다가 싫증나면
들판에서 새와 사슴과 어울려 달리다가
개울에서 물장구치며 고기떼를 쫓기도 하고
어느 날은
진흙은 캐어 말랑말랑한 낯바닥에
금을 긋고 형상을 만들고 부수고 하던 것이
천여 년 전 꿈을 끌어내어 보는 것 같다
여기
내가 그리던 곳
거스르지 않은 맑은 물 흐르고
때 묻지 않은 복사꽃 피는
살기 좋은 마을일 것이다
하늘은 잔뜩 구름 덮여
금방 빗방울 떨어질 듯한데
긴 행렬의 선사인이
괴성을 지르며 즐기는 모습에
정신을 잃어버리고 있을 때
갑자기
구름 모자가 바람에 날려 가버렸다
내가 내게로 돌아왔을 때
강가에 서서
천여 년 전의 타임캡슐인 듯한
*암벽 한 장막을 바라보고 있었다.
주: *대곡천;‘태화강 지류
*암벽;울산시 울주군 두동면 천전리 산210번지 소재
울주 천전리 각석 국보 147호
타임캡슐; Time Capsu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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