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호 당 2009.10.8
여름 한때 흘러가는 구름조각이
앞산의 노송에 걸쳐
만나는 인연이 되었잖니
화독 같은 햇볕 등지고
남몰래 숲 속 파고들어
땀방울 서로 닦아주면서
목마른 갈증 서로 달래주면서
마음과 마음을 포개도
채우지 못한 그리움 한 점
또 한 점이 모여 비구름으로 키웠지
하루를 못 보더라도 달콤한 한마디를
공중으로 쏘아 올리면
언제나 가슴으로 받아들였지
한낮 땅덩이를 달군 그리움을
먹구름으로 뭉치고 뭉쳐
새 찬 빗줄기로 내려
애틋한 아쉬움에 지친
숲을 적시고 땅바닥을
흥건히 적셔 흘려보냈지
그러던 우리 사이
끝내 색깔을 맞추지 못해
서로 아끼던 접시에 금이 가고
괴였던 사랑은 증발하여
산허리에 잡을 수 없는
무지개로 걸렸다가
하늬바람에 사라져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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