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9

만년필

인보 2009. 12. 3. 07:32

      만년필 호 당 2009.12.3 창고에 버렸던 책상 서랍을 열었더니 어두컴컴한 골방에서 잠든 만년필을 본다 손에 든 순간 추억에 젖는다 그 시절 만년필촉이 18k라면 귀부인행세 그런 것 하나 갖고 싶어 했는데 아마 ‘파카’ ‘크리스털’ 같은 것은 높은 반열에 올렸지 이 금속 끝으로 내 물컹한 삶을 엮는데 요긴한 도구가 됐지 거미줄처럼 잇지 못할 때는 인수분해 푸듯 머리를 굴리고 캄캄한 밤을 밝히고 낯선 길을 안내하고 리포트 한 장 메우는데 요긴한 주역을 하기에 언제나 포켓에 얌전히 모시고 대접받았지 어쨌든 그 시절 필기도구라야 만년필 잉크를 찍어 쓰는 철필 그리고 연필인데 그중 만년필은 사치스런 시선을 받은 것이 세월이 흘러 여러 가지 필기도구가 생겨 유행처럼 밀려나 버렸다 흘러간 옛 노래 한 가락에 애착이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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