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청자기 한 점
호 당 2009.12.5
몇 세기 세월을 요약한 한 몸
귀부인의 반열에서
고고한 자태로 눈길을 끈다
태초 너의 태어남도
평범한 무리의 일행 속에서
꽉 막힌 굴속을
잉태의 산실로 삼았다
너의 모태는 수많은 목질을
생명의 탯줄로 영양분을
흘리기 위해 불 질러
고온의 열기 속에서
익어 태어난 네가
바깥세상에서 평범한
하나의 속성으로 견뎠을 것이다
열 반세기 긴 강물 흐르듯
계곡에서 시작하여
소용돌이에서 폭포에서
팔다리 잃어버리거나
흔적 없이 사라지거나
하는 와중을 이겨 살아남아
지금 유리벽 옥좌에서
우아한 귀부인처럼 앉아 있어
긴 역사를 몸에 지닌 너
귀부인 대접받아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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