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9

분청자기 한 점

인보 2009. 12. 6. 07:59

        분청자기 한 점 호 당 2009.12.5 몇 세기 세월을 요약한 한 몸 귀부인의 반열에서 고고한 자태로 눈길을 끈다 태초 너의 태어남도 평범한 무리의 일행 속에서 꽉 막힌 굴속을 잉태의 산실로 삼았다 너의 모태는 수많은 목질을 생명의 탯줄로 영양분을 흘리기 위해 불 질러 고온의 열기 속에서 익어 태어난 네가 바깥세상에서 평범한 하나의 속성으로 견뎠을 것이다 열 반세기 긴 강물 흐르듯 계곡에서 시작하여 소용돌이에서 폭포에서 팔다리 잃어버리거나 흔적 없이 사라지거나 하는 와중을 이겨 살아남아 지금 유리벽 옥좌에서 우아한 귀부인처럼 앉아 있어 긴 역사를 몸에 지닌 너 귀부인 대접받아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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