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
호 당 2010.4.26
어젯밤 꿈은 숲 속에서 헤맸다
그들끼리 하는 소리를 엿들었다
수목들도
저들끼리 사정을 안고 사는가 봐
잡목들로 이룬 숲 속의 세상
울울창창한 기세
그 틈에 낀
홀쭉한 싸리나무는
그늘을 쓰고도
가슴 쓰리지 않다고
햇볕이랑 비가 내려도
큰 나무들이 훑은 뒤엣것으로
그래도 좋게 보이려 한다고
굴참나무는
왕성한 삶을 누리면서
싸리나무를 내려다보고
미풍에 간들거리지 말라고 나무란다
개똥지빠귀가 똥 깔기고
새들이 일제히 날아간다
여름 한 철 떡잎 달고
영글지 못할
싸리 꽃 피운다 해도
숲에 원망하지 않는다고.
꿈을 깬 나는 숲 속의 교훈을
가슴에 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