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가슴
호 당 2010.9.22
보육원에서 자란 그는
가슴은 바싹 마른오징어다
바밤바를 갖고 밤길을 걷는다
석 달 열흘 가뭄의 거리를 방황하다
돌부리를 차면 기어코 뿌리를 뽑아야
직성이 풀리는 그였다
맞은편 수선 아저씨의 재봉틀에서
쇳가루 깎는 소리가 고막을 깎는다
구름 한 점 없는 밤인데
별이 보이지 않는다
아닌 밤중에 까마귀가 왼손에 든
바밤바를 낚아채어 입에 물고 날아간다
캄캄한 굴속을 걷는 것을 느낀다
이것이 내 삶이 아닌데.....
이제야 언 가슴에 군불이 지펴지는지
따스해 옴을 느낀다
다시
수선공 아저씨에 돌아왔을 때 재봉틀은
부드럽게 돌고 하늘엔 별이 반짝이고
가로등이 환히 비추고 있었다
이때까지 오른손에 들고 있던
바밤바는 녹고 있었다
반가운 비가 내린다
창문엔 빗물이 흐른다.
주:바밤바= 빙과류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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