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0

멍든 사과

인보 2010. 9. 26. 16:38

      멍든 사과 호 당 2010.9.26 태풍 곤파스에 흠집 생긴 사과를 골라낸다 저마다 붉은 낯바닥으로 하얀 속살에 단단한 씨앗을 품고 가슴 맞댄 흔적이 여실하여 단물을 배고 있다 그때 서로 관계된 시간만큼 아무도 눈 흘기지 못하여 밀착되었으나 태풍 후 멍들고는 서로에게 그늘이 드리워져 버렸다 가슴 비비던 봉우리는 무너져 잡초만 돋고 복사꽃 향기는 사라져버렸다 첫 아이의 초산 때처럼 기뻐했던 시간은 흘려버리고 서로에게 흘려버린 시간만큼 단물만 품는다 흠집 안은 사과로 조용히 시간을 삭이고 누구의 손길이 닿아 가슴에 품은 단단한 흠집 도려낼지 가슴 스치던 바람 빠져나가 추억의 눈동자로 고였다가 허공에서 머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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