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달린다
호 당 2010.9.28
자꾸만 퇴화하는 내 몸을 위해
세월을 미끄럽게 스치기 위해
졸음 털어내지 못한
가로등 앞을 스친다
오늘
새벽길은 서리가 더 하얗게 엉켜
마음도 빙점에 머문다
노란 조끼 아저씨가
비루한 양심의 비듬 조각을 쓸고
새벽을 쓸어낸다
골목마다 삶의 찌꺼기가 모여
구린 입 다물고
트럭을 기다린다
침대를 박찬 내 허리뼈는
직립 우산대처럼
중심을 잘 버티지만
문제는 우산살을 꺾는 마디를 위해
다가올 불안을 털어내기 위해
어둠을 두르고 달린다
증탕 蒸湯이나 찜질방에서
풀어낼 만한 것도 아닌듯하지만
삶의 무게에 짓눌려
삐걱거리지만 습관처럼 달린다
새벽을 가르고 끓여낸 설렁탕 솥에서
수증기에 얽힌 구수한 냄새가
내 입김을 집어삼켜 공중으로 사라진다
골목길을 누비며 새벽을 쫓아내듯
내 관절의 부조화를 쫓으려 새벽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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