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0

노년기

인보 2010. 9. 29. 13:38

노년기 호 당 2010.9.29 내 주먹이 아직도 꽃을 피울 힘으로 움켜잡고 있을 거라 믿는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흰 종이에 꼼꼼히 이력을 적고 당당하게 불쑥 내밀어 무엇을 때려잡을 기세를 보였다 옆을 지켜보던 목동들이 속 빈 강정으로 허세만 부린다고 생각했는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돌아서서 나지막하게 빈정거린다 꽃은커녕 잎도 피울 수 없는 것을 시효 지난 이력이 구름으로 떠다니다 마른 이파리 한 점 적실 수 없는 것을, 내 입김보다 못한 것을...... 한때 목장 변두리를 배회하는 사냥개로 취직하고 싶다고 했더니 늙은 사냥개는 젊은 똥개보다 못하다고 거부하는 눈빛이다 고목은 짙은 그늘만 내리면 될 것을 뭐 그만두라는 눈치였다 인생은 고목으로 가는 것 내가 조금 앞서 간 것뿐인데 내가 밟은 길은 너는 비켜 가보라 이때까지 버틴 것이 헛 뱃심인가 그래도 헛 뱃심이라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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