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
호 당 2010.9.29
내 주먹이 아직도 꽃을 피울 힘으로
움켜잡고 있을 거라 믿는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흰 종이에 꼼꼼히 이력을 적고
당당하게 불쑥 내밀어
무엇을 때려잡을 기세를 보였다
옆을 지켜보던 목동들이
속 빈 강정으로 허세만 부린다고
생각했는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돌아서서 나지막하게 빈정거린다
꽃은커녕 잎도 피울 수 없는 것을
시효 지난 이력이 구름으로 떠다니다
마른 이파리 한 점 적실 수 없는 것을,
내 입김보다 못한 것을......
한때
목장 변두리를 배회하는 사냥개로
취직하고 싶다고 했더니
늙은 사냥개는 젊은 똥개보다
못하다고 거부하는 눈빛이다
고목은 짙은 그늘만 내리면
될 것을 뭐
그만두라는 눈치였다
인생은 고목으로 가는 것
내가 조금 앞서 간 것뿐인데
내가 밟은 길은 너는 비켜 가보라
이때까지 버틴 것이 헛 뱃심인가
그래도 헛 뱃심이라도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