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엽 枯葉 (마른 잎)
호 당 2011.11.16
그날
양지바른 골짜기는 아늑했었지
마른 나뭇잎은 수북이 쌓여
나의 사랑을 포근하게 감싸주었지
태양은 찬바람을 잠재우고
따뜻하게 쬐어주었지
북풍은 우리의 체온을
식혀놓고 말았지
마른 잎은 공중을 맴돌다
정신을 잃고 풀풀 처박혔지
한편
내 귀에 쟁쟁한
너의 고운 소리를
그것마저 지우려 했어
푸르렀던 기억을
바삭 마른 잎이
망각의 늪으로
몰아 넣어버렸어
오늘따라
태양은 자주 숨어버렸고
칼바람이 우리 사이를
갈라놓았어
허전한 가슴 채우지 못해
한 움큼 잡은 마른 잎은
바삭바삭 부서지고 말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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