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장
호 당 2012.11.26
푸른 이파리가 무성한
나무를 찾아가리라
말이 필요 없고 걱정이 필요 없다
이 땅에서 내가 차지할 땅은 없는데
몰래 혹 하나 만들기 싫다
차가운 흙과 뿌리로 얽히는 나의
요람으로 돌아간다
한낱 고깃덩이는 분말의 형태로
풀풀 날지 않으려 푸름을 토하는
나무 밑으로 돌아간다
많은 촉수로 나를 반겨 줄 것이다
나는 너희가 반기는 촉수의 이빨에
스며들 가장 알맞은 자세로 있을 테니
지상에서 피우던 냄새도 말장난도 없다
너희 곁으로 가서 보료로 되었다가
세월이 흐르면 그것도 사라지고
너희 몸짓을 불려 줄 것이다
나는 간다
푸르게 숨 쉬는 나무 밑으로
고통 없는 가루로
뿌리의 촉수에서 녹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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