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흘리고
호 당 2011.12.6
무성 영화 같은 유년의 세월
종잡을 수 없는 내 정체성은
확신을 얻지 못하고
어영부영 흘려버렸다
가슴 펴 번듯하게 외치고
활보하여 무서울 것 없는
사자 같이
발전기의 암캐 찾는 수캐같이
맞아야 할 시간을 맥없이
희미한 뜬구름으로 흘려버리고
번쩍거리는 단추 뽐내지도
못한 체 그 문을 빠져나왔다
한자리에서 머물면서 꿈동산을
짙게 가꾸는 데 시간에 메이다가
푸른 깃발 펄럭거리던 것도
훌쩍 흘려버렸고 어느덧
새하얀 서리만 덮어버렸다
이만큼 세월에 떠밀려
이곳까지 왔건만
아직 못다 한 꿈이 있다면
시의 몸뚱이에 날개 달아
훨훨 날고
은혜 되돌려주는 마음 한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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