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2

멍 튕긴 늙은 여인

인보 2012. 3. 14. 23:03

멍 튕긴 늙은 여인  
호 당 2012.3.15
고목 숲에 모인 내 또래다
보다 더 많은 골판지를
깔고 있는 그녀에
말을 붙이니 
인정없는 공이 벽에 부딪혀 
툭툭 튀는 것 같다
같은 막사에서 내가 좋아
무임노동으로 활동하는데
튀는 물방울로 점점이
마음에 얼룩졌다
굳기 전에 지우려 문지르고
하얀 백지장만은 구겨지지 
말자고 가슴 폈다
늙은 나무만 모인 숲에서
맑은 햇볕은 쬐지 못하지만 
여기서 튕겨 생긴 멍만은
강물에 흘려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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