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분
호 당 2012.9.25
하늘은 푸른 장막을
드높게 펼쳤다
지긋지긋한 더위는 멀리 갔다
캄캄한 밤이 와도 열대야로
땀 흘릴 일 없어 좋다
새벽이면 별들이 싸늘하게
식어있다
살맛 밥맛 난다
찬 이슬이 수정같이
투명하지만 꿸 수는 없구나
메뚜기도 한 철이다
땀 밴 낯바닥으로
벼 포기를 누볐지만
이제는 벼 이삭 훑어 내리며
배 두드린다
그토록 밀고 당기던
밤낮의 경쟁
지금부터는 네가 양보할 차례다
길어지는 어둠을 침묵으로
지새우려나
귀뚜라미 소리 들으며
책장이라도 넘겨본다면
그간
달았던 마음도 식을 것이다
내 가까이 다가온 귀뚜라미가
추분을 알 건가
양보하고 배려하고 살면 편할 것
가을 햇살이 저만큼에서
서늘한 손짓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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