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성시장 한 블록(block)
호 당 2012.11.10
서로 맞닿아놓고 생존을 펼치는 곳
좁은 통로를 하늘 곱게 가렸다
감시카메라 없어도 마음 놓고
내뱉어도, 브래져(brassiere)를
들어내도, 슬쩍 스칠 일도 없어
좋은 통로
숨 막힐 듯한 좁은 상점이
애인같이 찰싹 붙어있어
다정하지만, 화마가 난다면 공멸의
장이 될까 염려스럽다
브래져에 감춰 둔 각각 다른 냄새를
쫓아 코를 벌름거리고 혓바닥 굴리는데
주인은 브래져를 걷어 보이며 최상품에
명품으로 유혹한다
생존경쟁이다
보일 수 있는데 까지만 보이고
줄 수 있는데 까지만 주고
호주머니를 열게 하는 상술이니까
굴속 같은 생존의 밀림에 숨김없이
들어 내놓고 내 살점 같은 것을
정당한 값만 치르면 가져가라
외친다
생의 비린내 가득 뿌린 곳
각각 냄새와 색깔과 맛을 전시하고
엽전이 굴러 오는 데만 생을 펼친다
칠성시장은 살아있는 생존의 각축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