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3

치통

인보 2013. 4. 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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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통 호 당 2013.4.2 그 분지로 들어가는 길 둑으로 미루나무는 가지런히 서서 푸른 바람을 씹어 보내고 곳곳에 대리운전사가 그 자리를 지켜 대신하고 있었다 분지의 장날은 북적거려 팔려온 시골 아낙네의 물건은 금방 삼키듯 팔려나갔지요 그러나 세월에 밀려 한산한데 팔려온 물량도 적어 우물거리는 시간만 써버렸지 고구마랑 산나물들이 오래 씹어야 할 시간을 기다렸지 가지런하던 미루나무가 틈새가 벌어지고 밑동이 썩고요 하루는 몹시 아파 밑뿌리가 흔들리고 지진이 울리듯 분지를 헝클어 놓았어요 의사는 내 손에 거울을 들게 하고 반사경을 비추는데 사랑니(智齒) 밑동이 부식해서 썩은 물웅덩이가 생겼어요, 이걸 씹어 봐요. 틈새로 욕망이 그대로 새어 나오잖아요 분지를 지키는 둑의 미루나무는 자꾸 약해지고 오랜 빈집처럼 썩어가고 대리운전사를 채용해서라도 건사만 잘하면 오래 버티는 데요, 구실 못하는 사랑니 같은 미루나무는 아예 뽑아요, 그냥 두면 화근이 되어 분지 전체가 고통의 파동이 일거든요. 안녕을 위해 처방전을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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