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지를 갈아엎어라
호 당 2013.4.11
보기엔 멀쩡한 허울 좋은 한 평의 밭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내부의 귀퉁이가 찌그러져서
온전히 발아할 것을 기대하기 의심스러운 한 키의 밭
어눌한 의사를 꿰매면 그대로 통하지만, 사리에
어긋난 한 포기의 풀
언뜻 보기엔 원시림 같은 처녀로 성장하면 좋을 건데
대기 오염에 물든 것 같다
반월당으로 가자면 몇 번 버스를 타야 하느냐고 거듭
거듭 물어오며 담배 피우면 안 되지요, 막 주먹질해요
누가 하는 것인지 종잡을 수 없는 말을 되풀이한다
조금 모자란 황무지 밭을 갈아엎어서 누군가의 손에서
옥토로 가꿀 구세주만 나타나면 그도 향기 짙은 꽃을
피울 것이다
내부에 찌그러진 부분만 회복하면 황무지를 탈출하여
당당히 꽃과 열매를 맺을 터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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