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3

입술

인보 2013. 4. 6. 22:25


입술   호 당   2013.4.6
내 무릎 밑을 걷어차고 훌훌 떠나버리고
그이도 은퇴하여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되었다
나 혼자 새장에서 마른 입술은 불 꺼진 
대문 입구 같다
사료만 소비하는 폐계가 되어 만추의 쓸쓸함을
잊으려 날라리와 고스톱으로 입술을 한없이 
놀려봐야 짜릿한 맛은 없다
그이와 김빠진 맥주 같은 입술을 흘리지만 
구린내도 단내도 없는 딱딱한 굳은 빵 같다
새로운 돌파구에서 멋진 입술을 보고 신기한 
엔도르핀이 솟는다
한 번 보고 금방 녹아버릴 듯한 입술의 파동이 
눈앞에서 새 출구를 찾아 대문 입구에 환한 
등불이 켜졌다
뭐든지 주고 싶은 충동이 출렁거린다
대문을 열어젖히니 붉은 엔도르핀이 틘다
내 입술에 불을 댕겼다 
대문으로 밀려드는 짜릿한 감각
불 꺼진 심지는 다시 살아나서 활활 입술이 탄다
불탄 입술은 엇길을 걷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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