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3

굳어버리는 것

인보 2013. 12. 24. 22:21
 
굳어버리는 것
호 당   2013.12.24
굳어버린다는 것은 
좋은 것만은 아니다
나이테 쌓여 굳어버리고
관절이 굳어버리고
말랑말랑 녹여내기 쉽지 않네
제 몸 꽃 피우고 씨앗뿌린지 오래다
그때까지 머리 굳어가는 줄 모르고 
그저 밀물이 밀려오는 데만 
마음 다 빼앗겨 버리는 동안
언제 
썰물로 달아났는지 모르고 살았다
늦게 서야 제자리를 깨닫고 
굳어버린 머리통 속으로 
낱글자로 녹이려 들었지만
이미 말라빠진 북어처럼 되어 
얼마나 두드리고 물에 잠겨야 
녹여 제맛을 낼지 가늠 못 한다
흑판에 아 어 오 우 이 적고 
입 벌려 발성연습이랑 
굳은 손에 붓을 들어 
꽃물 들이려 하는데 부드럽게
녹아 북어 맛 언제 낼지 속이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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