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4

문턱이 높다고

인보 2014. 9. 6. 10:32

문턱이 높다고  호 당   2014.9.5
좌절하지 말자 
우리는 상아탑을 쌓고 갈고 닦아 
상아의 빛나는 정기를 몸에 지녔거든
나는 담장이가 되어 높은 절벽이랑 
문턱을 넘어 문고리를 내 손아귀에 넣을 거야
상아탑을 쌓을 때는 자존심도 용기도 
폐기도 쑥쑥 컸었는데 
그게 아니다
사회는 넓고 넓은 바다로 폭풍에 파도가 높다
파도를 헤치지 못해 널브러지게 흩어진 
폐선 조각 같은 것들이 떠돈다 
자존심을 내세울 때는 아니다
아무도 끌어주는 이 없어 
뒷덜미 잡아 끌어내리지 않으면 다행이다
나는 담장이 기질로 장벽을 넘어 
문턱 고리를 잡을 거야
길거리에 방황하거나 허탈에 젖지 말라
서두르지 않고 다시 원점에서 차근차근 
다져야겠다
절망은 없다 하면 된다는 정신으로 
야무진 근성으로 반들반들한 절벽에
내 갈고리 하나씩 부착한다
너무 성급하면 미끄러진다니까
한 발 전진, 밤을 낮 삼아
상아탑을 쌓을 때보다 더 많은 정력을 쏟는다
고지를 향해 발바닥 손바닥으로, 도서관은 총기로
자양분을 빨아 갈고리에 실어 올라간다
내려다보면 떨어져 
위만 바라보고 한 뼘 한 뼘 올라간다
모질고 질긴 장벽을 갈고리는 찰싹 붙어
굳게 닫힌 문고리를 따고 갈고리를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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