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 받는다는 연막
호 당 2014.9.2
추석 달은 가장 밝은 달이라 했다
밝은 달은 현명하여 뒷골목은 물론
수압이 약한 음지까지 어루만진다
그곳의 정은 보다 온도가 높다
붉은 정은 달빛이 비치는 도랑물에 실려
내게로 보내려 한다
시린 시간을 이기느라 그만 낱말을 놓쳐버렸다
가난을 죄로 돌리면 한스럽지만, 그 터전 위에서
풍성한 시간을 맞아 놓친 것을 되찾으려 했다
딱딱한 의자 위에 앉은 지금, 며느리 존칭을
때어낸 지 오래된 이들의 풍성한 치마폭에
문자 카드가 저들끼리 바글거리기 시작했다
책상 위에서 갈고 닦는 시간만큼
잃은 것을 알아차려 쌓인다
쌓인 무게로 캄캄했던 밤이 환해지기 시작했다
이 희열을 붉은 정으로 토하여 낱낱이 엮어
구름다리를 놓고 싶었다
내게로 넘겨 보내야겠다는 붉은 마음들
나는 연막을 치고 굳은 성벽을 쌓았다
마음을 마음으로 받고 새겼지만
실상의 매체는 구름다리를 넘지 못했다
대신 하얀 마음과 붉은 마음을 돗자리에서
햇볕에 쬐어 더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었다
연막은 밝은 달빛으로 붉게 녹아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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