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4

변방에 있다

인보 2014. 9. 2.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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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에 있다
호 당    2014.9.1
여기는 툰드라지대가 아니다
북적거리는 도심의 한복판에
푸른 눈썹 무리에 동동 뜬 
바싹거리는 잎사귀 한 잎이
미운 오리 새끼가 되어 구석만 찾는다
다양한 말 속에 섞이고
입김으로 녹여 들어야지
북적대는 풀장에 같이 멱감아야지만 
짜린 내 골판지를 보면 슬금슬금 피한다
목이신 말은 혓바닥 마르고 
빠진 이빨 사이로 튀어나온 말이 
변방 차지다 
무릎 아래 맑고 푸른 말 하나 없어
문풍지는 목이신 떨림이 나를 찌른다
유통기한 넘긴 껌 같은 나
아직 단물이 남아있어, 버럭 소리 질러도
용도폐기는 억울하다
너절한 책표지는 문지기로 버텨도 다행이다
한 때 지킴이 되려 손 내밀었더니 퇴짜
늙은 사냥개는 젊은 똥개보다 못하다나
변방으로 밀쳤어
늙은 사냥개에 알맞은 활을 메고 
변방의 장벽을 쏘아 뚫어 속에서 헤엄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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