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5

추어탕이 생기를 돋군다

인보 2015. 1. 22. 15:54
      추어탕이 생기를 돋군다 호 당 2015.1.22 추어탕이라면 효령 골목집을 손꼽는다 대구 2호선 종점 문양역 부근은 한때 추어탕으로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덩달아 늙은이들도 뒤끓어 남녀가 얽혔다 맛과 맛의 대결은 당연히 효령이지 국도 5번 도로 따라 굴러가면 아늑한 시골풍경 순진한 것들만 논밭에서 자라고 봄에서 가을까지 피부 색깔 바꾸어가며 자라 애정 어린 눈길을 보낸다 가끔 만나는 농부, 깊게 눌러 쓴 밀짚모자 여자는 얼굴 가린 모자 속으로 구슬땀이 흐른다 초췌한 몰골이지만 여기에 버릴 수 없는 질긴 끈을 매달고 허리를 굽히는 모습 보면 부끄러워진다 시뻘건 추어탕에 토란 줄기의 맛이 더 깊다 부글부글 맹렬 속에 내 혼이 번쩍번쩍 생기 듣는 듯 시들한 내 생각에 가끔 시뻘건 추어탕으로 생기를 집어넣으면 버티는 맛이 솟을 것 같다.

'자작글-015'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물  (0) 2015.01.24
이파리 한 잎 흘려간다  (0) 2015.01.24
감나무 공장  (0) 2015.01.22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0) 2015.01.22
팔공산 갓바위를 찾아  (0) 2015.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