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 冬菊 . 호당 2019.12.31
운암지 둑 처녀 같은 동국 무리
사랑이 영근 흔적에는 그윽한 향이
햇볕도 또렷이 지문을 새긴다
언제나 자기 콧대만 높이고
아래로 볼 줄 몰라 마냥 애타게
그리다 그리다 끝내 피우지 못한 향
서리 맞고 오돌오돌 떨고 눈 맞아도
사랑이 영글어 이글거리는데
당할 자 있으랴
삭풍이 몰아친다
콧대 한 치만 낮출 수 없겠니
칼날같은 추위쯤이야 도도하던 콧대
끝내 피우지 못한 황색 향
그대로 시들고 마는 안타까움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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