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에. 호당 2019.12.30
빛바랜 김홍도의 우인도를 바라본다
언덕배기는 세월만큼 모진 시간이
얼어붙었다
배고픔을 달래려 논두렁 밭두렁
뾰족이 봄기운 솟는 뽀삐*
쏙쏙 뽑아 잘근잘근
고향 냄새 씹던 아련한 추억
사람들은 모두 떠나고
앞 뒷산 소나무는 세월에 무심한 듯
떠나든 말든 눈빛만 초롱초롱하다
우중충한 창밖
차가운 미세먼지만 내리고
어디 가도 ‘할 일 없음’으로
허공만 바라보는 속물이 되어간다
내 거실에 걸린 우인도에
세월의 응어리가 얼어붙은 듯
삶이 무상함을 느낀다.
* 봄 논둑 밭둑에 띠풀이 파릇파릇 자랄 때
풀대 속에 통통하게 차오르는 말랑말랑한
부분을 뽑아 씹으면 달짝지근한 감촉
배고픔을 달랠 때 먹든 것을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