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9

세월에

인보 2019. 12. 30. 13:56


      세월에. 호당 2019.12.30 빛바랜 김홍도의 우인도를 바라본다 언덕배기는 세월만큼 모진 시간이 얼어붙었다 배고픔을 달래려 논두렁 밭두렁 뾰족이 봄기운 솟는 뽀삐* 쏙쏙 뽑아 잘근잘근 고향 냄새 씹던 아련한 추억 사람들은 모두 떠나고 앞 뒷산 소나무는 세월에 무심한 듯 떠나든 말든 눈빛만 초롱초롱하다 우중충한 창밖 차가운 미세먼지만 내리고 어디 가도 ‘할 일 없음’으로 허공만 바라보는 속물이 되어간다 내 거실에 걸린 우인도에 세월의 응어리가 얼어붙은 듯 삶이 무상함을 느낀다. * 봄 논둑 밭둑에 띠풀이 파릇파릇 자랄 때 풀대 속에 통통하게 차오르는 말랑말랑한 부분을 뽑아 씹으면 달짝지근한 감촉 배고픔을 달랠 때 먹든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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