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없음. 호당. 2020.2.6
어찌나 사납게 굴던 하늘이
질퍽한 대지를
아침 해님의 눈길에 씻은 듯 산뜻해
신선한 아침이다
바닷가에 나갔다
수평선 너머 섬들이 시치미 떼고
아직 잠들고 있다
갈매기는 하늘을 선회하며
하루를 재촉한다
창창 푸른 손바닥엔 ‘할 일없음’
빈 손아귀가 부끄럽다
통통배 큰 고깃배들 희망차게 나간다
만선을 꿈꾸지 않는 배는 없겠지
바닷물이 찰싹찰싹 뱃전을 갈기는 것이
나를 꾸지람하는 듯 볼기를 때리는 듯
여러 장의 내 꿈을 날려 보았으나
여문 것은 없었다
바닷가 풍경을 활기찬데
내 손바닥엔 희망 한 움큼 빈 손바닥
빈 가슴 달래려 어판장에 들렸다
팔딱거리는 고기떼 따라 사람들도 활기차다
내일을 가름 못 하는 고기들 팔딱거림
때맞추어 사람들의 활기
손이 모자라 아무나 꿔다 쓰는
어판장 풍경
진자리 마른자리 구별한 내가 부끄럽다
팔을 걷어붙이고 비릿한 냄새 속으로
오늘부터 내 손바닥엔 ‘할일 있음’딱지
움켜쥐고 성실하기로 작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