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의 푸념 한 잎 .호당. 2020.3.6
수령 26년 한창 푸른 향 뿜어
수캐 암캐에 몰려 속 태우던 시절
은행은 암수 마주해야 번창한다 했어
내가 선 자리
은행나무를 연으로 엮고
앞길을 헤쳐나갔어
내가 해줄 수 있는 주먹은 작아도
불평 없이 받아 꾸려나갔어
지금 너무 부끄러워
작은 것에 만족하고
더 쪼개 반반한 길 닦았어
안과 밖
안은 더 힘든 일
기르고 닦고 모으고
늘려나갔어
훌쩍 밖 나가면 익숙한 일의 끝
얄팍한 봉투
세월 흐를수록
은행 수령 80을 훌쩍 넘겼어
내가 할 수 있는 일 없어요
안에 할 수 있는 일 없고
거치적거림이란다
용하게 건너온 여정
이만큼 가진 것의 행복
당신의 손끝이었어요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순리대로
받아들여 잘 삭이면 돼요
은행나무의 고마움의 푸념 한 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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