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에 담긴 향/호당. 2021.1.31
위스키를 한 잔씩 앞에 두고
오래 사귄 여자 친구와 허물없이
정담이 오갔다
위스키 향보다
그녀의 향기는 흡인력이 더 강했다
문학은 뒤로 미루고 세계문화 기행
국내 관광 이야기하는 동안
위스키를 홀짝홀짝 마셨다
서로가 흡입되는 듯 연인처럼 다가왔다
까치골 산정 가을 햇볕은 뉘엿뉘엿
잔은 바닥을 드러내고
새빨간 입술에서 연분홍 향을
파르르 떨구었다
어느덧 해는 지고
그녀의 옷깃은 훌훌 날려가고
향기도 채취도 날아가 빈 잔만 남았다
마음도 바닥난 듯
너무도 허전하여 달밤을 방황했다
흩날린 스카프가 혹시나
전깃줄에 걸리지 않았을까
한때 그녀의 향기를
기억해 내고 싶었다
생각하면 너절한
통속적인 책갈피 같은 사랑
거기 미련이 깃든 것인지
캄캄한 밤 가로등이 없어도
기어이 잔상을 찾아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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