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의 경계 /호당. 2021.6.28
팔팔한 검버섯 몇이
묵향에 잠겨
가장 반듯한 고딕체 몸짓이
하루 밤사이 된서리 맞아
폭삭 고꾸라진 고추나무처럼
찌그러진 언어 몇 개
저기압의 내습에 쌓인
먹구름 덮였다
묵향도 비틀거린다
의미 없는 글자에
덧칠 덧칠하다가
내가 지금 어디 있지
자기를 잊어버리고 만다
빈 쭉정이는 이미
영혼은 일부 떠나고
껍데기만 남았다
조등은 점등만 기다린다
링거를 꽂고 신음 없이
여기냐 저기냐를
왔다 갔다 한다
빈껍데기는
부풀렸다 찌그러졌다 하는
영혼의 유영
살아남을까
여기와 저기의 경계에서
획 두세 개 떨어져 나간
글자 몇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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