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맞은 날/호당/ 2021.9.25
숨 쉬는 한 걷는다는 마음이
운동화를 끌어냈다
흐린 날 걷기 딱 좋으나
마음 한편이 찝찝하다
푸른 물이 뚝뚝 떨어질 듯한
느티나무 가로수길을 걷는다
함지산 골짜기
구름이 풀어져 자우룩이
내리는 빗줄기가
회초리를 들고
닭 쫓듯 쫓아온다
금방 내 앞까지 왔다
비 맞은 수탉처럼
꽁지 늘어뜨린 내 몰골
샛길 가다 큰길 나오고
지름길 가다 되돌아 먼 길 되고
허튼 맘 비워내라고 죽비는 치고
대문 따고 훌훌 벗고
털고 거풍하고
내게 내리는 죽비였다
어머님의 손길처럼
햇볕이 쨍쨍 비추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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