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2

백수들

인보 2022. 7. 22. 15:36


백수들/호당/ 2022.7.22
한때 깃발 들고 내 뒤를 따르라 
외치던 백수가 깃발내린지 오래다
깃발 없는 깃대는 장승같다
장승은 멀리까지 조망하고 
때로는 속을 꿰뚫어 훑어내는 
기질이 있다
받침 하나 둘 떨어져 나간 어휘도 
용하게 알아듣는 그들에게 
자존심은 살아 팔팔하다
한때 깃발 흔들었지 100만 톤급 
기선을 몰았지
옆 사람 주파수가 맞지 않아 찌그러진 
소리 들어 주는 아량은 싹득 돌려내고 
꽃대만 동그마니 서있다
맥없는 붓놀림으로 화폭은 
그림이 될 듯 말 듯
그만 주섬주섬 걷어 버린다
화폭엔 흐린 낙서만 남아 
낮은 주파수의 음파는 베인 듯 만 듯
의미 없는 백수의 모임은 물끼 없는 
모래더미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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