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들/호당/ 2022.7.22
한때 깃발 들고 내 뒤를 따르라
외치던 백수가 깃발내린지 오래다
깃발 없는 깃대는 장승같다
장승은 멀리까지 조망하고
때로는 속을 꿰뚫어 훑어내는
기질이 있다
받침 하나 둘 떨어져 나간 어휘도
용하게 알아듣는 그들에게
자존심은 살아 팔팔하다
한때 깃발 흔들었지 100만 톤급
기선을 몰았지
옆 사람 주파수가 맞지 않아 찌그러진
소리 들어 주는 아량은 싹득 돌려내고
꽃대만 동그마니 서있다
맥없는 붓놀림으로 화폭은
그림이 될 듯 말 듯
그만 주섬주섬 걷어 버린다
화폭엔 흐린 낙서만 남아
낮은 주파수의 음파는 베인 듯 만 듯
의미 없는 백수의 모임은 물끼 없는
모래더미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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