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꼬리 길면 밟힌다/인보/ 2022.10.29
몰래 봄여름 가을 겨울
여러 번 외쳐도
아무 탈 없이 넘어간다
너무 오랫동안 외치다 그만
바로 이웃에 들켰다
개구리는 경칩만 되면
일어나라는 신호가
배꼽 아래부터 전달한다
봄이 일찍 도착한 개구리는
만끽하지
나의 봄은 꽃피던
개구리가 날뛰던
새가 울던 무심했던 봄
올해는 다른 감각으로
계절을 느낀다
아름다운 꽃을 쓰다듬어
주라는 충동
무심한 혓바닥은
무감이 아니라
꽃의 향기에 민감해진다
가까이 오는 봄꽃을
향기 밀어내는
목석이 아니거든
매일 맞고 달다 달콤하다
너무 오래 향기에 젖어
내 입술에서 새어 나간다
신기한 가상공간을 타고
이쯤 되면 밟히지 않을 수 없지
도막 난 향기는 끝낼 말
그간 향에 취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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