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체/인보/ 2022.10.28
강직한 성격처럼
한겨울 추위를
몸에 두르고 덜덜 떨면서
아닌 척
꼿꼿한 자세로 붓을 잡는다
추사체로 쓴 歲寒
베인 묵향 하늘 치솟고
백로 한 마리 창공을 선회하다
추운 바람 맞아 얼지언정
한사코 푸름만을 움켜쥔
소나무에 앉는다
부들부들 떨면서
밖을 걸을 수 있어도
추사체의 몸자세 또는 운필은
가당찮다
내 허방을 비워낸다는 것
쉽지 않아
그 언저리만 배회한다
갈고 닦고 진한 먹물
묵향으로 그윽해
허튼 생각을 비워낼 때
추사체는
내 몸 안으로 들어와
진한 묵향이
찬 공기를 제압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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