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요금 계기판/인보/ 2022.10.28
모처럼 택시를 탔다
내 눈은 미터기만 정신 팔려
운전석을 샅샅이 훑는다
어! 이 택시 미터기 없네
난감한 것은 운전기사가 아닌
내가 더 낭패당한 얼굴이다
모든 정보를 입력하고
앞에 다가올 일을 상상의
골짜기는 싸늘하기만 하다
바깥 풍경은 나처럼 근심에 놀아
아무도 말하지 않고 꼼짝 않는다
드디어 목적지
00000원입니다
미터기는 기사 옆 아래에 있었다
남을 의심한 죄
그간의 안녕은 사라지고
근심만 놀았지
미터기 없는 택시로 영업하겠나
사막에도 눈이 내릴 수 있겠다는
엉뚱하게 생각한
나는 폭삭 얼어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