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탕/인보/ 2023.1.15
겨울이 잠시 주춤하는 사이
사카린 같은 봄날이 찾아들자
개나리꽃이 먼저 서둔다
자작자작 걷는 발걸음 끝에
대구탕이 기다린다
숨벙숨벙 토막 낸 대구 몸통이
덤벙덤벙 앉자 사각사각 썬
무가 첨벙거리다 이내 가라앉고
길쭉길쭉한 콩나물이 하얀 처녀
다리 같은 매력을 탕 속에서
진미를 우려낸다
궁둥이 털썩 앉은 의자가
덩달아 펄펄 끓는 대구탕에 맞춰
들먹들먹
냄비뚜껑 들썩들썩 푸푸푸
거품 내자
구수한 냄새 코를 후비면
자작자작 걷는 보폭이
저적저적 걸을 수 있겠다
대구탕 펄펄 끓어 겨울을 밀치고
봄을 끌어모은다
삶의 봄은 올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