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3

대구탕

인보 2023. 1. 16. 03:09

      대구탕/인보/ 2023.1.15 겨울이 잠시 주춤하는 사이 사카린 같은 봄날이 찾아들자 개나리꽃이 먼저 서둔다 자작자작 걷는 발걸음 끝에 대구탕이 기다린다 숨벙숨벙 토막 낸 대구 몸통이 덤벙덤벙 앉자 사각사각 썬 무가 첨벙거리다 이내 가라앉고 길쭉길쭉한 콩나물이 하얀 처녀 다리 같은 매력을 탕 속에서 진미를 우려낸다 궁둥이 털썩 앉은 의자가 덩달아 펄펄 끓는 대구탕에 맞춰 들먹들먹 냄비뚜껑 들썩들썩 푸푸푸 거품 내자 구수한 냄새 코를 후비면 자작자작 걷는 보폭이 저적저적 걸을 수 있겠다 대구탕 펄펄 끓어 겨울을 밀치고 봄을 끌어모은다 삶의 봄은 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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