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인보/ 2023.5.25
달력이란 세월이 마음속에
갇혀 헤엄친다
고통스럽다
즐겁다
그런 경지를 겪으면서
헤엄친다
어느 블록에서
어여쁜 여인을 만나
푸르게 노닥거리는 동안
시간이 찢기어 나간 줄
모르고 지난다
장마에 밀려 떠내려가다
간신히 기슭에 걸쳐 나온다
해님이 화끈한 지문을 찍자
땀 솟는다
내가 달력 속에 갇힌 것이
아니라
달력이 내 가슴에 갇힌 것이다
따뜻하다
덥다
시원하다
춥다
내 몸은 달력에 길들어 가고
마지막 달력에
간당간당 매달려 있다
시간은 흔적 없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