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3

시를 깨우다

호당의 작품들 2023. 6. 6. 10:47



시를 깨우다/호당/  2023.6.6

시는 주로 자정에서 
1시 사이 깨어난다
거의 메말라 눈 틀 가망 없는  
시어들이
이 시각쯤 
링거를 맞거나 최면제에서 
깨어나면 눈을 비빈다

깨어난 시어들
두리번거리며 아직 덜 깬 듯 
풋살구 같은 시어를 뽑아낸다
밤의 신들이 잘도 알아내어 
뺨을 갈기며 익지 않은 시어를 
나무란다
정신 번쩍
읽고 다듬고 아랫목에 두고 
이불 씌워 숙성에 들어간다

재촉도 청탁도 받지 않은 것을 
기어이 숙제하듯 한다 
거의 빈사 상태인 시어를 
깨워 밖으로 보내려는 마음
이건 걷보리 욕심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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