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서공원에서/호당/ 2024.1.18
도심 속 빈틈 헤집고 들어선
천서공원에 무료 無聊를 달래려
벤치에 앉았다
공원도 나와 같아 적적해 무료만
가득하다
겨울날 오후 너그러운 해님
포근한 손바닥으로 지문 하나
꾹 찔러준다
비닐 장막 두른 정자 안 노파는
무료를 잊으려 낮잠을 즐긴다
이 공원을 지키는 생물은 물론
조형물조차 무료에 잠겨
꼼짝달싹하지 않는다
해님은 무료는 마음먹기야
나무란다
젊은 아낙이 아기를 업고
빨래거리이고 종종걸음으로
무인 빨래방으로 들어선다
허리 구부정한 노파 산같이 실은
파지를 힘겹게 끌고 간다
내 앞 정경은
삶이 몸부림치는데 무료를 달래려는
자신이 부끄러위진다
무료는 개으른 자의 병이다
바람이 일러준다
그제야 천서공원은 무료를
거두고 활기찬 기운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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